◆ 훈련/훈련 및 밸런스

2009.1.5. 깨달음의 벽

작 형 2009. 10. 2. 17:06

 @@속박의 개념@@

 ‘작은 것이 작지 않고 큰 것이 크지 않다. 그 이름이 크고 작을 뿐이다.’ - 김 훈


 ‘아무것도 버릴 수 없는 자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 니체


 최배달님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를 소개해 볼까 한다^^ 수련하다가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친 최배달은 합기도의 고수를 찾아 대결을 하려 한다. 하지만 자신의 기술뿐만 아니라 정신수양마저 미숙함을 깨닫고 크게 실의에 빠진다. 합기도의 고수인 스님은 참선을 하라며 화선지에 먹으로 커다란 원을 그려서 그에게 준다. 미노부 산으로 들어가 은둔하며 수 개월동안 정신수련에 힘쓰던 최배달은 음양도에 대해 쓰여진 책을 읽고 깨달음을 얻는다^^
 「음양도의 책 안에는 속박의 개념이란 항목이 있었다.
 
“개든 고양이든 간에 고유명사가 붙게 되면서 그것이 한정되어 버린다. 사람이 이름을 붙인 그 순간부터 그것은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사람의 개념에 없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허둥지둥 방으로 되돌아와 벽을 향하여 앉았다. 벽에 붙어 있는 화선지를 뚫어질 듯이 응시하였다. 화선지의 하얀 종이가 검은 선으로 안과 밖이 구분되어 있었다.
 원을 그리면 원 안으로 한정되어 버린다. 즉, 유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원 밖은 어디까지나 제한이 없다. 무한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원 안에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는 뻗어나갈 수가 없다. 벽에 막혀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벽이 원을 이루어 자신을 삥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선 이 원 밖으로 빠져나가야만 했다. 가능성이 무한한 벌판으로 뛰쳐나간 다음, 자신을 시험해보지 않으면 안 된다.
 마음을 칭칭 얽어매고 있던 족쇄가 단숨에 날아가버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실록 최배달 바람의 파이터」에서 인용함~


 이 일화를 머리로만 이해하지 않고 마음으로 온몸으로 느끼게 되면 나도 최배달님과 같은 경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내가 당장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너무 정형화된 기술명과 기술 동작에 얽매이지 말고 조각조각 쪼개서 일정한 형식이 없는 ‘무형검(ㅋ)’을 완성해야겠다는 것이다^^;; 기술은 배우는 것보다 잊어버리는 게 더 힘들다고 한다. 그 형식을 이용은 하되, 그것에 얽매이지 않는 것(널리 알려진 기술이라면 더더욱)!

 

 

 @@약해져라(Be like water)@@

 최배달은 이 ‘약해져라’는 조언을 여러모로 곱씹는다. 극강을 추구했던 무도인이었던 그에게 이 말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이자 평생에 걸친 화두였다. 내가 읽은 책에도 여러 측면에서 암시만 되어 있지, ‘이거다’ 라고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1등을 하지 말고 2등을 해라(최배달의 어머니의 조언)’ - 1등만 하려고 하면 마음에 무리가 온다.


 ‘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나 자신의 살기(검성 무사시의 일화)’ - 정신수양이 없는 강함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책을 읽으며 정신수양에 힘을 기울여라.


 ‘원(圓)의 움직임’ - 최배달은 홍콩의 태극권사 진 노인과 대련을 하며 기량의 차이를 실감한다. 직선적인 그의 가라데에 비해 점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는 진 노인의 태극권이 공/수의 전환이 훨씬 자유자재였던 것이다. 진 노인의 배려로 태극권의 정수를 배우며 최배달은 비약적으로 강해진 자신을 느낀다.

 「한 점을 중심으로 하는, 진 노인의 전신이 그리는 원, 아니 구(球)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한지도 모른다, 그 원 안은 진 노인이 제공권을 쥐고 있었다. 제공권 내에 들어오는 것은 무엇이든 반드시 격추시켰다. 그것이 진 노인의 권법이었다.
 “점(點)을 중심으로 하여 원을 그린다. 이것이 중국 권법의 극치입니다. 선이라는 것은 원에 딸린 것입니다.”
 앞으로 나서면서 때리면 100의 힘으로 때릴 수 있다. 맞는 쪽도, 가령 가라데의 십자막기 같은 것으로 막는다고 한다면 100의 힘으로 막는다. 그러나 가령 오른발을 한 발 45도 각도로 내밀면 어떻게 될까? 상대방이 똑바로 쳐 오더라도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경사를 만들게 된다. 경사진 각도에서 상대의 주먹을 받아넘긴다고 한다면, 100의 공격을 막는데 100의 힘이 필요치 않다. 40의 힘이면 충분하다. 버드나무가 바람을 받아넘기듯 우아하게 받아넘길 수 있다.
 마음 속 어딘가에 내가 더 강하다는 의식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힘을 빼자 원의 움직임이라는 것이 보다 쉽게 이해되는 것 같았다.
 “당신은 너무 강해요. 좀 더 약해지는 법을 배우는게 좋겠어요. 그러면 몸에서 불필요한 기가 사라질 겁니다.”
 자신이 먼저 시작할 필요는 없다. 상대방이 취하는 태도에 맞추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직선으로 움직이는 상대는 100의 힘으로 이쪽을 향해 온다. 그것을 40의 힘으로 처리를 해 나간다면, 그냥 내버려두어도 상대의 체력이 먼저 바닥날 것이다.
 
몸의 움직임에 ‘꼭지점’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직선의 움직임, 예를 들어 직각으로 움직이면 각이 생기는 곳에서 몸이 멈추게 된다. 그 일순간이 빈틈으로 연결되어 버린다. 하지만 원의 움직임이라면 그런 일순간이 없다. 물이 흐르듯이 막힘없이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빈틈이 생기질 않는 것이다.
 게다가 카운터를 노리기 쉬워진다. 직선을 직선으로 맞받을 때는 상대의 몸을 퉁겨내게 된다. 설사 막아낸다고 해도 거리가 벌어지게 된다. 하지만 원의 움직임으로 몸을 비틀어 피하면 탄력이 붙은 상대의 몸이 더욱 다가오게 된다. 거기에 주먹을 때려넣으면 되는 것이다.
 몸에 힘을 빼고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무의 경지가 되어 자세를 취하는 연습을 하였다.
 
“당신의 스피드와 파워를 원으로 살려보시오.” 이렇게 말하면서 진 노인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실록 최배달 바람의 파이터」에서 인용함~


 내가 볼 때, 위의 ‘원(圓)의 움직임’ 개념은 몸싸움과 1:1 돌파시의 드리블 요령에 대해 하나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주고 있다고 판단된다^^

 

 ※Be like water: 이소룡이 자신의 무도(절권도)에서 강조한 여러 테마들 중 핵심을 차지하는 개념. 강함 일변도인 플레이는 부드러움을 만나면 힘을 못 쓰고, 부드러움만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둘 사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하면서 둘의 장점을 모두 취하며, 어떤 때는 대나무처럼 곧고 강하게 몰아치고, 어떤 때는 버들가지처럼 부드럽고 나긋나긋하게 그때그때 적절하게 전환하는 플레이가 이상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너무 직선적이고 강하기만 한 것이 문제이다. 결국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물과 같이 플레이하라(Be like water)’는 것이다. 즉, 너무 직선적이고 강함 일변도의 플레이는 나 자신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때에 따라서 부드럽고 유연하게 플레이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격시에 상대 수비수의 기세가 강한 경우에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 상대의 예봉을 피하고 상대의 기세를 역이용하거나 다른 곳으로 패스한다(요령있는 지능적인 플레이를 한다). 이는 수비에서도 마찬가지로, 무리하게 힘으로 뺏으려고 하지 말고 비스듬히 사선으로 비껴 거리를 유지하며 조직적으로 압박한다. 점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는 중국 권법의 개념을 다른 말로 설명해 놓은 것이다^^

 

 ※영춘권(詠春拳): 이소룡(李小龍)이 처음 배웠던 무술로, 지상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사나이 윌리암 청이 유명하다. 엄영춘이라는 여성이 창안했다고 전해지는 중국의 권법으로 다른 중국권과는 달리 직선적인 움직임이 특징이며, 밀착전을 특기로 하고 방어에서 순식간에 공격으로 바뀌어 단숨에 결말을 짓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영춘권의 연속공격은 상대의 공격과 방어를 쳐서 부수기 때문에 연소대타(連消帶打)라는 단어로 불린다. 기법상의 특징은 손 기술을 주체로 하고 자신의 손을 상대의 손에 붙이듯이 해서 공방을 펼친다는 점이다. 영춘권에 있는 발기술은 그야말로 손 기술의 보조에 지나지 않는다.
 이소룡이 영춘권을 바탕으로 각종 격투기의 장점을 가미해 고안한 무술이 그 유명한 절권도(截拳道)이다. 정교한 체술과 직선적인 타격, 지근거리에서 펼쳐지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앙팔의 공방이 인상적이다. 구체적인 양상은 이소룡의 무술영화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