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멘탈/멘탈(일반)

[스크랩] 심리학자 황상민 교수가 말하는 김연아

작 형 2010. 12. 24. 21:35

사람들 대다수가 황상민교수와 같은 심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연아선수 포에버....... 아리랑 빨리 보여주세요.....

 

 

 

 

 

 


< 결국 심장의 크기가 메달 색깔을 갈랐다. >

심리학자 황상민 교수.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떻게 저렇게 어린 아이가 그토록 숨막히는 순간을 저렇게 자연스럽고도 태연하게 연기를 펼칠 수 있을까? TV 화면 속은 잘 기름칠한 유리판 같은 얼음판이었다. 순간의 방심이나 실수가 삐끗하는 움직임을 만들 그런 순간들이 계속되는 약 4분의 시간은 참 느리게 지나갔다. 구경하는 사람이 이 정도인데, 수많은 관중들 속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빙판 위의 연기를 펼치는 아이가 느꼈을 중압감은 어느 정도였을까?

사실 긴장의 무게를 느끼는 사람들은 김연아 선수보다 TV를 지켜보는 국민들이다. 모두 숨 죽이고 응원하는 마음이 만들어낸 압박이다. 온 몸의 감각이 보이는 곳으로만 쏠리기 때문이다. 김연아 선수에게 감당하기 힘든 압력은 아니었을까?

지구의 대기 무게는 견딜 수 없는 정도이다. 하지만 평소 인간은 이런 무게를 의식하지 못한 채로 지낸다. 마치 물고기가 엄청난 물의 무게를 전혀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것과 같다. 견딜 수 없는 긴장감 속에서 김연아 선수는 물 속의 물고기처럼 우아하게 움직였다.

마지막 프리 프로그램에서 분명 김연아 선수도 엄청난 심리적 중압감을 느꼈을 것이다. 프리 프로그램의 김연아 선수는 이틀 전 쇼트 때와 달랐다. 우아한 몸놀림과 경쾌한 미소로 순간순간의 긴장을 즐거움으로 표현했던 그녀였지만, 프리 프로그램에는 분명 온 몸으로 느껴지는 무거움이 있었다. 지켜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느껴야 하는 긴장의 무게는 그녀의 움직임을 작게 누르고 싶어했다. 혹시 있을지 모를 실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김연아 선수는 자신에 대한 기대를 담담하게 소화했다. 불빛이 반사되는 얼굴 위에는 순간 순간 당돌감까지 스쳐갔다. 그 동안 이 아이가 겪은 훈련은 단순히 피겨 기술의 습득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삶의 불확실성과 그에 따른 고통까지도 소화한 내공이 엿보였다. 연습으로 다져진 기량은 유연한 움직임으로 눈부시게 펼쳐졌다.

"대부분 힘든 기억이 가장 많고, 기뻤던 순간도 잠시 그때뿐이다. 하지만, 그런 날 덕분에 지금의 내가 된 것이다. 무엇보다 연습이 너무나 잘 되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 편안했다"는 그녀의 인터뷰는 이런 심리의 반영이었을 것이다. 충분한 준비와 스스로의 마음을 조절하고 관리할 수 있는, 자신을 정면으로 성찰할 수 있는 사람의 담담한 모습이다. 여기에는 일본의 아사다 마오와의 경쟁의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랬기에, 준비했던 모든 것을 보여 줄 수 있었다는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었을 것이다.

감당하기 힘든 고비를 넘었을 때 인간은 성장의 기쁨을 체험한다. 또 다른 도약의 환희를 느낀다. 큰 짐을 다 내려놓았다는 홀가분함, 이것을 믿기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그녀는 이제 기쁘게 그 순간들을 영원히 머릿속에 담아 둘 것이다. 선수로서 꼭 이루어야 할 것이 있었기에, 꼭 이루고 싶은 꿈이었기에 할 것이 있었지만, 이제 그녀는 너무나 완벽하게 그것을 이루었다.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후련해질 뿐이다. "나중에 어떻게 되려나" 하는 부질없는 생각들이 또 나올 것이다. 이런 것들은 바로 날려 버려야 할 것이다. 또 다른 도약은 바로 그녀만이 온전히 꿀 수 있는 그녀의 또 다른 꿈이기 때문이다.

출처 : 스포츠일반 토론방
글쓴이 : 아름다워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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