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의 각인/08 공부하는 축구선수 화두(+학원폭력과 甲질)

[스크랩] [주목! 이 학교] 공부하는 축구부, 수원대

작 형 2010. 11. 16. 12:03


[주목! 이 학교] 공부하는 축구부, 수원대

[ 2007-08-27 ]


공부하는 축구부 수원대 ⓒ스포탈코리아


최근 들어 학원스포츠의 최대 화두는 ‘공부하는 운동선수 육성’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의 학원스포츠는 엘리트 선수 육성에만 집중하며 ‘운동기계’를 양산시켰고, 이것은 오늘날 심각한 후유증으로 이어졌다.


다른 요소들은 배제한 채 오직 운동에만 전념했던 선수들은 일부 성공한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일반 사회로의 편입 과정에서 제대로 융화되지 못하고, 힘든 상황을 맞이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부작용은 ‘공부하는 운동선수 육성’이라는 과제를 스포츠계에 안겼고, 이번 호에 소개할 수원대 축구부는 그 과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차범근 축구교실로부터 이어진 유소년 시스템의 완결


2005년 창단된 수원대는 차범근 축구교실을 모태로 하고 있다.

독일에서 귀국한 차범근 감독이 유소년축구 활성화를 위해 1990년 ‘차범근 축구교실’을 만들었고, 이후 취미로 축구를 하는 보급반과 축구선수를 목표로 하는 육성반으로 나눠 운영됐다. 클럽으로는 대회에 참가할 수 없던 터라 육성반을 위해 1994년에는 신용산초에 축구부를 만들었고, 이 선수들은 용강중(1996년 창단)-여의도고(2001년 창단)를 거치며 성장했다. 그리고 그 마지막 단계로 수원대에서 선수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수원대 축구부는 차범근 축구교실 출신이 60-7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여러 학교에서 온 선수들이다. 지도자들 역시 수원 2군을 지도하고 있는 최만희 감독이 수원대 감독 역시 겸직하고 있으며, 올해 부임한 김한욱 코치 역시 이전까지 용강중에서 감독을 했었다. 차범근 감독이 추구하는 유소년축구 시스템에 대해 뜻을 함께 하고 있는 지도자들.


축구부장을 맡아 행정을 총괄하고 있는 이성철 교수(체육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신용산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즐기면서 해왔던 선수들이다. 고교 때까지 공부는 공부대로 하면서 축구를 해왔던 선수들이고, 자연히 수원대 축구부의 운영 방식에도 사전에 잘 교육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특징적인 것은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생각해서 플레이하는 것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지도자에 의지하기보다는 자기들끼리 경기장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한다는 점이다.”


축구기계가 아닌 축구인 양성에 주력


수원대 축구부가 추구하는 첫 번째 목표는 단순한 축구선수가 아닌 ‘전문 축구인’을 양성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과수업도 일반 학생과 동일하게 받아야 하며, 숙소 역시 운동부 전용이 아닌 일반 기숙사에서 일반 학생들과 함께 어울려 생활한다. 운동에 큰 지장이 없는 한 학교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영어 교육 역시 중요시하는 부분이다. 원어민 교사를 초빙해 1주일에 3회 정도(하루에 1-2시간씩) 생활영어 중심으로 교육을 받고 있으며, 작년부터는 체육대에 교환교수로 온 독일의 루쯔 교수로부터 축구와 관련된 영어를 배우고 있기도 하다. 루쯔 교수는 분데스리가 코치 라이센스와 영어 교육 라이센스를 갖고 있기에 수원대 축구부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교사다. 선수들은 루쯔 교수로부터 축구 전술과 문화에 대해 영어로 교육을 받고 있다.


“학원스포츠의 폐단이 학생 이전에 선수만을 강요했다는 점이다. 축구라는 기능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다. 축구와 관련된 여러 분야에 대한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고, 대학은 그 마지막 단계이다. 대학 축구부에서 학습된 운동기능을 토대로 뭔가 역할을 할 수 있게 사전교육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비전을 제시하고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다.” - 이성철 교수


훈련 역시 같은 맥락에서 진행된다. 하루에 3시간 정도 집중해서 훈련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학과 수업을 비롯해 여러 사회학습을 하는데 투자하는 것. 물론 방학에는 좀 더 강도 높은 훈련이 진행된다.


이 교수는 “오랜 시간 볼을 찬다고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스포츠 생리학 상으로도 이미 입증된 것이지만, 3-4시간이라도 집중해서 하면 경기력 확대가 가능하다. 대학 선수쯤 되면 어느 정도 성숙된 선수들이고, 전술적 이해도를 높여서 팀 전술과 부분 전술에 대한 훈련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훈련 시간이 아니라 훈련의 질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주장인 이상하(22세) 역시 “학업과 병행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축구선수지만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다. 차범근 축구교실에 다닐 때부터 익숙했던 부분이기에 어려운 점은 없다. 훈련 시간이 짧은 대신 더 집중해서 할 수 있어서 능률이 오른다. 더군다나 전공수업(체육학)과 영어 교육 등은 축구를 하면서도 필요한 부분”이라며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밝혔다.


이런 과정을 토대로 수원대 축구부는 프로진출 선수를 육성하는 것 외에도 축구 행정가나 축구 경영자, 축구 이론가, 축구 스태프, 지도자 등 축구의 다양한 분야로 선수들을 진출시키기 위한 교육에 매진하고 있는 중. 그 일환으로 4학년 선수들의 경우 축구심판 연수나 지도자와 관련된 연수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보내고 있다.


“대학에서 실업이나 프로로 진출하는 선수는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윗 무대로 올라간 선수들 중에도 몇 년 안에 도태되는 선수들이 나온다. 그 선수들은 축구 외에는 할 줄 모르는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을 축구 뿐 아니라 관련 일도 할 줄 아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선수들로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수원대 졸업생들이 축구계에서 선수 이외의 다른 영역에서 역할을 해주도록 키워내는 것이 목표다. 단기적으로는 70여개 대학팀들 중에서 상위권으로 빨리 진입하도록 노력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수원대 축구부가 학원 스포츠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데 기여했으면 한다. 축구 전술과 마케팅, 행정, 트레이닝론 등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위해 축구 아카데미를 설립하는 것 역시 장기적인 목표 중 하나이다.” - 이성철 교수


엘리트 위주로 흐르던 한국 학원 스포츠계에서 수원대 축구부는 혁신적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을 하고 있다. 팀이 창단한 지 2년밖에 흐르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수원대가 추구하는 ‘공부하는 축구부’가 어떤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이상헌


* 대한축구협회 기술정책 보고서인 'KFA 리포트' 2007년 8월호 '주목! 이 학교' 코너에 실린 인터뷰 기사입니다.


출처 : 정호 사커
글쓴이 : 역지사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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