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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다음 아고라 '쪼욱'님] 중학교 운동부 폭력 문제

작 형 2014. 2. 7. 19:11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 6학년 교사입니다.

 

올해 저희 반에서 2명의 학생이 중학교 태권도부로 진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둘 다 보통 초딩이었습니다. 시골에서 순박하게 자라는...

 

이 둘은 태권도를 전공하신 스포츠 강사 선생님의 눈에 들어서 태권도 선수라는 꿈을 꾸게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 주신거죠. 이 선생님은 곁에서 봐도 훌륭하십니다. 아이들이 잘못하실 때는 따끔하게 혼내시지만 평소에는 인간적으로 친절하십니다. 그래서 이 둘은 이 선생님을 잘 따랐습니다. 부러울 정도로요.

 

11월에 이 둘을 중학교 태권도부로 진학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중학교는 스포츠 강사 선생님이 잘 아는 분이 감독으로 계신 학교입니다. 2월에 아이들은 이 중학교에서 하는  동계합숙 훈련에 들어갔습니다. 2주간의 전지훈련, 그리고 2주간은 학교에서 합숙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2월 4일 개학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 덩치가 큰 녀석이 몰라보게 야위었습니다. 저는 훈련이 고되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말수가 적어 졌길래 힘든 훈련 속에서 생각도 마음도 훌쩍 커서 다부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는 데 뭔가 느낌이 달랐습니다. 기가 빠진 느낌과, 무언가에 쫒기고 두려워하고 있는 표정과 몸짖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어제, 학교가 끝나고 제게 "선생님, 이게 마지막입니다. 안녕히 계세요. 졸업식날 뵐께요. 저 오늘 다시 중학교에 훈련하러 들어가야 합니다."고 말끝을 흐리면서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저는 이 때 까지도 훈련이 너무 가혹한가보다 했습니다. 일반 초딩이었던 녀석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들었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꼭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손을 잡아 줬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 손을 잡자 무엇을 숨기고 있고 심한 공포에 떨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저는 "선생님이 보기에는 니가 고단한 훈련 말고 다른 것에 고통을 느끼고 있는 것 같구나. 너 원래 이렇게 자신감 없고 눈치 보는 아이 아니었잖아. 이렇게 사람 성격이 바뀔 때는 심한 충격이 있어야 하는 데. 너 무슨 일 있었지?, 선생님한테 말해봐."라고 했더니, "네. 그렇죠."라며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전지훈련 4일차부터 '집합'이라는게 있었다고 합니다. 집합은 선배들이 하는거라고 하더군요. 합숙훈련은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합동으로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군기'가 필요하다더군요. 그래서 말을 잘못하거나 행동이 건방지면 심한 욕설을 듣는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밤에 집합을 시킨다고 합니다. 집합 시간에 아이들은 한 줄로 세워두고 명치와 배를 때린답니다. 그리고 소리를 내면 더 때리고요. 버릇 없다고 심하게 찍힌 아이들은 싸대기도 맞았다고 합니다. 특히 이 덩치만 큰 놈이 심할정도로 맞았다고 합니다. 왜냐면 이 아이는 성격이 밝고 쾌할하기 때문이었겠죠. 구타는 10분에서 20분 정도 이루어졌답니다.

 

이런식으로 한 달동안 폭력과 욕으로 아이를 변화시켰습니다. 아이는 잘못하지 않아도 눈치를 봐가며 죄송하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게되었답니다. 뻔하죠. 안그러면 저녁에 집합을 당하기 때문이겠죠.

 

할 말이 많습니다. 어제 이 놈이 겪었을 두려움과 공포를 생각하니 치가 떨렸고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같이 울었습니다. 이 녀석이 귀하게 커서 안맞아보고 자라서 이걸 못견디겠다고 생각든게 아니라, 이런 행태는 일어나면 안되고 그걸 당하는 게 너무 억울했습니다.

 

어제, 하루 종일 먹먹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선 우리학교 스포츠 강사 선생님께 전화했습니다. 그랬더니 본인도 감독 시절에는 아이들은 때리긴 하지만 선배들이 후배를 때리고 하는 일은 절대 하면 안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그 중학교 감독에게 분명히 말하겠다고 합니다.

 

오늘, 하루가 지났습니다. 우리 옆반에서도 1명이 같이 진학을 하기고 했는데, 포기 했습니다. 저는 그 이유가 지독한 훈련때문이라고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아니었더군요. 역시 폭력이었습니다. 그 친구한테 실상을 좀 정확히 말해달라고 했더니 이 덩치 큰 놈은 정말 많이 맞았다고 합니다. 다른 아이들이 맞은 건 맞은 것도 아니라고 하네요. 그래서 옆반 담임과 이야기하니 슬프긴해도 그 쪽의 생리고 관행이고 이겨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선생님에게도 따져 묻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습니다. 분노가 일고 그건 아니다고 외치고 싶었는데, 그 순간에 매사에 따지기만 좋아하는 선생님으로 낙인 찍힌 제가 또 이야기를 하고 공론을 만들면 다른 선생님들이 싫어할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어른이, 우리 교사가 이런 일을 보고가 있고 눈 감으면 안되는거 아닙니까?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들의 생각을 묻고 싶습니다. 잘못된 건 확실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데, 초등학교 교사인 제가 어떤 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요. 제 감정과 이성을 앞세워서 이 문제에 다가갔다가는 이 놈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걱정이 됩니다. 지혜와 용기를 전해주세요.

 

어제 이 놈은 자기 말처럼 '지옥' 같은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바보처럼 우직한 놈이 자신의 꿈을 태권도 선수로 걸었기 때문이죠. 겨우 13살 밖에 안되는 어린 놈이 자신의 소중한 꿈을 위해서 이겨내야 한다고, 선생님 저는 할 수 있습니다는 문자를 남겼습니다. 너무 슬픕니다.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그런데 저도 이런데 부모님에게 걱정을 끼쳐 드리면 안되기 때문에 아무 말도 안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이 놈의 부모님은 이 일을 알면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까요? 그리고 13살 밖에 안되는 이 놈은 얼마나 지금 힘들까요?....

 

2014. 2. 6일 부끄러운 초등교사 씀.

 

 

출처 : 고민
글쓴이 : 쪼욱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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