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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살가도 칼럼] 세상에 재능 없는 축구선수는 없다

작 형 2013. 6. 14. 00:50

[포포투 플러스] 나는 행운을 믿지 않는다. 1~2년쯤은 운으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이상은 무리다. 축구선수를 꿈꾸는 수백만의 어린이들 중 극소수만이 바늘구멍을 통과한다. 재능과 기질을 겸비해야 가능한 일이다.

선수로서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는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힘들게 목표에 도달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 축구선수가 되기 위해 유년기의 대부분을 포기하는 것만으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일 텐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애초에 평범한 삶은 포기해야 한다.

그렇게 지낸 뒤 은퇴를 하게 되면 축구 때문에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던 수천 가지 일이 떠오를 것이다. 스키나 오토바이가 될 수도 있고, 일요일 오후에 가족과 함께하는 오붓한 외식, 주말여행 같은 '정말 간단한' 것일 수도 있다.

어릴 때는 친구들과 함께 밖에서 신나게 노는 대신 아침 일찍부터 경기나 훈련에 참가해야 했다. 축구만 할 수 있다면 다른 모든 걸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난 디저트가 뭔지도 모를뿐더러 감자튀김조차 먹어본 적이 없다. 내 기준으로는 그건 희생 축에도 들지 않는다. 그건 내 삶일 뿐이다. 그리고 축구선수로서의 삶이기도 하다.

 

리그의 수준 여하를 막론하고 재능 없이 프로선수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블랙번로버스, 라요바예카노, 레알마드리드 모두 마찬가지였다. 팬들이 어느 선수에 대해서 재능이 없다고 말하는 걸 수없이 들었다. 하지만 비난의 대상이 되는 선수들 모두가 능력자라고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때로 재능의 유형이 다르거나 매우 특별하지 못한 탓에 팬들에게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선수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그 선수는 감독과 동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다. 사람들은 "그런 형편없는 녀석이 도대체 어떻게 선수가 된 거야?"라고 묻지만, 언제나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기 바란다. 축구계란 결코 평범한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세계가 아니다.

과거에는 그럴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제는 아니다. 내가 프로에 데뷔했던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배가 나온 선수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불가능하다. 일반인들에겐 3~4kg 정도의 체중 초과가 대수롭지 않겠지만 축구선수에게는 재앙과도 같다. 선수들의 심박수, 체중, 체지방, 폐활량 등은 모두 관리되고 측정된다.

날마다 같은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압박감만으로도 충분히 버겁지만, 현대 축구에서는 요구가 점점 더 커져만 간다. 선수들은 이미 잘 준비된 신체를 갖췄음에도 자신의 몸을 끊임없이 극한으로 몰아붙인다. 전에는 자질만으로 충분했을지 몰라도 세상은 이미 변했다.

물론 개중에는 게으른 선수도 있다. 어떤 선수들은 지난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체격 유지가 가능한, 짜증나게 운 좋은 인간들이다. 주변에는 "우린 이렇게 죽도록 고생을 하는데 넌 숨만 쉬어도 운동이 되다니, 빌어먹을 자식!"이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친구들이 꼭 있다. 하지만 그런 선수들은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선수들의 에너지는 생명력이 짧다. 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앞으로 몰아치며 열정적인 욕구를 내뿜는다. 그는 만족을 모른다.

좋은 선수일수록 정상에 있을 때 정신상태가 올바르다. 레알마드리드에서의 1년은 다른 팀에서의 3년과 같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늘 쫓기는 탓에 웬만한 정신력으로는 견뎌내지 못한다. 위대한 선수들이 위축되는 경우도 나는 여러 번 목격했다. 축구선수가 되기란 재능 없이는 불가능하지만, 또 재능만으로도 부족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글=미첼 살가도(前 레알마드리드), 사진=포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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