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년 정도 전에 축구팬들의 소중한 쉼터인 '사커월드' 카페에 올렸던 것이다. 이 글을 적은 지 1년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시축'과 관련해서는 조금도 개선된 모습을 볼 수가 없어서 답답한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여기에 이 글을 올려 본다.
축구 경기에서 벌어지는 시축에 대해서는 축구팬들 사이에서 적잖은 이야기가 나온 걸로 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 시축과 관련해서는 국내 어떤 구단에서도 조금이라도 색다른 방안을 모색하려고 하지 않은 채 그저 이전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듯해서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 안타까움을 가지고 시축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해 보려고 한다.
지난 2011년 10월 23일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치러진 최용수 팀 대 성남의 경기에서는 TBS 사장과 TBS의 리포터이자 MC인 차유주가 동시에 시축자로 나섰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센터서클에서 단순히 공을 뻥 차는 걸로 시축이 끝이 나고 말았다. 시축에 나선 사람이 축구공을 찼다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이, 이전처럼 아무런 감동이나 재미를 안겨주는 것도 없이 끝나고 말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45,000명이 넘는 엄청난 관중이 모였는데도 이렇게 별다른 볼거리를 주지 못하는 시축을 계속해서 고집할 필요가 있는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FIFA에서 "시축은 오로지 센터서클에서만 해야 한다!"고 규정을 지었다면 몰라도 그런 게 아니라면 이제는 좀 더 색다른 방식을 모색할 때도 되지 않았냐는 거다.
축구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누가 뭐라고 해도 경기 내용이 되어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경기 내용 이외에도 관중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요소는 얼마든지 찾을 수가 있다. 내가 보기에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시축이다.
이날 경기를 아프리카TV로 지켜보면서 나는 TBS 사장과 차유주가 양측 골대에서 각각 따로 페널티킥을 차면 왜 안 되는 것인지 하는 의문이 우선 들었다. 그렇게 했더라면 우선 시축에서부터 관중들에게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가 있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이렇게 했을 때 누가 골을 성공시켰고, 누가 실패를 했으며, 페널티킥을 차는 과정에서 어떤 돌발적인 상황이 연출되었을지 모를 정도로 충분히 재밌는 요소를 많이 찾아볼 수 있었지 싶다. 또한 그렇게 되었을 때 지금과 같이 센터서클에서 아무런 목표물도 없이 그냥 시축자의 발에 차여서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는 것보다는 관중들이나 시청자들에게 한층 더 흥미를 끌 수도 있었지 않았겠냐는 거다.
이 점은 단순히 이날 경기에 국한해서 생각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 시축과 관련해서는 더 많은 흥밋거리를 유발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 엄청난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가요계의 대세'였던 시절에 아이유가 와서 페널티킥 시축을 한다고 가정해 볼 때 수원의 골키퍼 정성룡을 상대로 만약 득점에 성공을 하게 된다면(물론 정성룡이 고의로 실점을 해야겠지만!) 상상만으로도 재밌지 않겠냐는 말이다. 그건 이 모습을 직접 지켜보는 관중들도 재밌겠지만 이걸 기자들이 기사로 다룰 때는 더한층 자극적인(!) 포장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더 매력적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아이유, 정성룡을 침몰시키다!"라든지, "아이유를 국가대표 골잡이로!"라는 식의 기사가 나온다면 비단 축구팬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관심을 끌게 만들지 않겠냐는 것이다.
또한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굳이 초대 손님이 키커로만 나설 필요도 없을 것이다. 소녀시대를 초대해서 골키퍼 자리에 서게 만드는 것도 무척 흥미롭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 이동국이나 데얀 등의 K리그 초특급 골게터들을 키커로 내세워서 고의로 득점에 실패하게 만든다면 이것도 상당한 볼거리로 작용할 듯하다. 이럴 때 언론에서 "윤아 앞에 이동국은 없다!", "데얀을 잠재워 버린 제시카!", "티파니, 국가대표 골키퍼를 넘보다!"라는 기사라도 붙어준다면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재밌겠는가!
이런 식으로 조금만 생각을 해 본다면 얼마든지 시축과 관련해서도 재밌는 이벤트를 꾸밀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이런 식으로 발상의 전환을 하지 못하고 자꾸만 이전의 모습만을 그대로 답습하려고 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단기간에 그 어떤 구체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비록 단기간에 뚜렷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장기간에 걸쳐서 이런 식의 시도를 계속해 나간다면 적어도 조금이라도 달라진 모습을 찾을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은 축구장에서는 축구 경기가 안겨주는 박진감 넘치는 장면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볼거리로 관중들을 즐겁게 해 준다는 인식을 일반 대중들에게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벤트를 하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열성적인 축구팬들을 위해서라도 '뛰어난 경기력'을 갖춰야 한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축구에 별로 관심이 없으면서 우연찮게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경기장을 찾게 만들 정도로 흥미를 유발시키는 여러 '이벤트'를 제공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축구장이라는 곳을 단지 열성적인 축구팬들만이 되풀이해서 찾는 공간이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라도 와서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시축'과 같은 사소한 점도 놓치지 않고 '뛰어난 볼거리'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씨스타의 보라가 키커로 나서서 골키퍼인 다솜을 상대로 득점을 올리고, 씨스타의 효린이 윤빛가람의 킥을 막아냈을 때 "보라, 다솜에게 한방 먹이다!", "윤빛가람을 울린 효린!" 같은 제목의 기사나 화보가 몇몇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서라도 계속해서 일반 대중들에게 노출이 된다고 생각해 보라. 그렇게 된다면 축구에 관심이 없어서 축구 관련 기사는 무심코 넘기게 되는 사람들조차 그걸 계속해서 보게 된다면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축구장은 즐거운 축제장인가 보네", "축구장에 가면 정말 볼거리가 많나 보네"라는 생각을 심어줄 수도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을 좀 주목해서 보자는 말이다. 아주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이런 자잘한 것들이 장기간에 걸쳐 하나씩 쌓이게 될 때 이 나라 사람들이 국내 축구 리그에 대해 흔히 가지고 있는 "무관중에 뻥축구로 일관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 대신 다른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조금 과장을 하자면 이 나라 축구 문화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 위한 길도 바로 저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 모르겠다.
축구팬들이라면 국내 축구를 철저하게 무시하는 이 나라 언론의 더러운 행태(!)를 질타하는 것도 분명히 매우 중요한 일이기에 지속적으로 그와 같은 비판을 쏟아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 나라 언론이 어쩔 수 없이 국내 축구와 관련해서 긍정적인 기사를 실을 수밖에 없도록 다양한 볼거리와 이벤트를 시도해 보라고 프로축구 연맹을 비롯한 각 구단에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병행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 글도 바로 그런 생각의 연장선에서 적어보았다...
2011년 10월 23일 치러진 최용수 팀과 성남의 경기에서 무려 45,000명 이상의 관중들이 모였는데도 이날 경기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언론이 거의 없었다는 게 무척 안타까웠다. 그리고 다음 사이트의 축구 뉴스에 올라온 이 경기와 관련한 기사에 아주 초라할 정도의 댓글밖에 붙지 않는 걸 보고서 안타까움을 넘어서 서글픈 마음까지 들었다.
이날 경기는 45,000여 명이라는 엄청난 관중들이 모여들었다는 점 때문에 우선 눈길을 끌 만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주목을 해야 할 것은 전반전만 놓고 보면 올 시즌 최고의 경기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그림 같은 명장면들이 화려하게 펼쳐졌던 '명승부'였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서 이 경기의 가치는 45,000명이라는 엄청난 관중들보다도 그들을 매료시킬 정도로 뛰어난 경기력이 펼쳐졌다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이 경기가 이 나라에서는 언론과 일반 대중들로부터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취급을 당해야만 했던 지금의 현실이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축구팬으로서 이 짜릿한 명승부를 보고서 엄청난 희열을 느꼈지만 그걸 함께 공유할 사람조차 주위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어찌 가슴 아프지 않겠냐는 말이다! 이런 현실 앞에서 참으로 기가 막힌 나머지 아예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 들기도 했었다. 4년에 한번 월드컵이 열릴 때면 아예 광란의 굿판이 벌어지는 '축구의 나라'에서 이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런데 정작 이날 벌어진 경기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과는 달리 초청 가수로 나온 NS윤지와 관련한 기사가 각종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는 걸 보고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여러 가지 생각들 중에 몇 개를 끄집어내서, 술을 처먹고 나서 마구잡이로 써 갈겨본 축구 시축에 관한 말도 안 되는 헛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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