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련/전술,철학,감독

[스크랩] ['구사일생'님] ACL 우승 김호곤, 노병의 재발견

작 형 2012. 11. 12. 09:19

최근 K리그뿐만 아니라 프로스포츠 전반에는 젊은 감독들의 약진이 대세다. 50대만 되어도 베테랑 소리를 듣고, 60대를 넘기면 거의 현역에서 은퇴를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대세다. 물론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않는 젊은 지도자들의 창의적인 리더십과 선수들과의 눈높이 소통이 강점으로 꼽히지만 상대적으로 산전수던 다겪은 베테랑 지도자들이 연륜과 경험이 과소평가받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흐름속에서 노장 감독으로서 꿋꿋이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물론, K리그와 아시아무대를 당당히 호령하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울산 현대 호랑이의 김호곤 감독이다. 51년생으로 올해 우리나이로 62세인 김호곤은 현재 K리그 최고령 감독이다. 프로스포츠 전체로 둘러봐도 현역 감독중 그보다 나이가 많은 인물은 야구의 김응용 감독(71. 한화 이글스) 정도 뿐이다.

 

 

'철퇴왕 호로고니우스'~~~~~~

인생은 60부터(그래도 국대 감독은 넘보지마..)

 

사실 김호곤 감독은 화려해보이는 경력과 달리, 지도자로서는 비교적 늦게 빛을 발한 케이스에 꼽힌다. 국가대표팀 수석코치, 올림픽대표팀 감독 등을 역임했고, 축구협회 전무직까지 역임하며 지도자와 축구행정 분야의 요직을 두루 넘나들었으나, 명성에 비하여 프로에서는 그간 뚜렷한 우승경력이 없었다. 그동안 김호곤의 지도자로서의 최고의 경력은 A팀 수석코치로서 1986년 멕시코월드컵 본선행을 조력한 것과, 올림픽대표팀 사령탑으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 8강행을 견인한 것이었다.

 

김호곤 감독은 지난 2009년 김정남 감독의 후임으로 울산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사실 당시만해도 K리그 팬들 사이에서는 김호곤 감독의 지도력에 대하여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해있었다. 노장 감독 특유의 보수적이고 깐깐한 지도스타일과, 수비지향적이고 재미없는 축구를 구사한다는 이미지 때문이다. 경력 면에서도 2002K리그의 명가로 불리던 부산 아이파크 사령탑 재임 당시 이렇다할 성적을 올리지못하며 잦은 선수 탓으로 도마에 올랐고, 올림픽 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긴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했다.

 

올림픽 이후 축구협회에 전념하다가 울산 지휘봉을 잡는 과정도, 능력에 대한 신뢰보다는 인맥에 치우친 인사가 아니냐는 비판론이 일었다. 전임 김정남 감독도 당시 K리그 최고령으로 성적은 꾸준히 올렸지만 재미없고 지루한 축구로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또다시 비슷한 스타일의 노장 감독이 자리를 물려받은데 대하여 팬들의 걱정이 적지않았다.

 

하지만 김호곤 감독은 자신을 둘러싼 지도력에 대한 의문부호를 성적으로 극복했다. 울산 2011년 아무도 예상치못한 K리그 준우승과 리그컵 우승을 일궈내며 일약 돌풍을 일으켰다. 이제는 김호곤 축구를 대표하는 트레이드마크가 된 '철퇴축구'라는 신조어가 나온 것도 이때부터였다.

 

사실 철퇴축구는, 처음엔 다소 부정적인 의미에서 탄생한 단어였다. 다소 보수적이고 선굵은 축구를 구사하는 김호곤 감독의 스타일을, 몇몇 팬들이 파괴력은 크지만 느리고 무거워서 적중률이 떨어지는 철퇴에 빗댄데서(겉만 그럴싸하지 실용성이 없다는 의미로) 시작됐다. 하지만 20116강 플레이오프에서 한수위 전력으로 꼽히던 수원, 서울, 포항 등 K리그 전통명가들을 줄줄이 연파하며 김호곤의 철퇴축구는 재조명을 받기에 이르렀다. 두터운 방어력을 바탕으로 잔뜩 웅크리고 있다가 한번의 결정적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상대에게 치명타를 가하는 울산의 역습축구는 철퇴라는 무기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2012년 김호곤의 철퇴축구는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됐다. 그 중심에는 김신욱-이근호로 이어지는 K리그 최강의 토종 공격조합이 중심에 있었다. 미완의 대기에서 국가대표팀의 핵심전력으로 성장한 김신욱은 196cm의 장신에서 나오는 위협적인 고공플레이에 발재간까지 갖춰서 존 자체만으로도 상대에게 위협을 주는 아시아 최고의 타깃형 공격수로 진화했다. 일본무대에서 돌아온 이근호도 특유의 돌파력과 폭발적인 골결정력을 앞세워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후반기 가세한 브라질 출신의 외국인 선수 하파냐, 측면과 중앙의 파괴력을 더한 김승용과 에스테벤의 활약으로 철퇴축구는 이제 역습 위주의 일발장타에서 벗어나 기동력까지 겸비한 공격축구로 업그레이드됐다.

 

김호곤 감독은 올시즌 K리그보다 ACL에 더 무게중심을 둔 시즌 운용전략을 수립했다. 상대적으로 선수층이 얇고 빡빡한 일정으로 인한 주전들의 피로누적을 감안한 선택이었다. 그 결과 전북, 포항, 성남 등 다른 K리그 강호들이 ACL에서 연이어 조기탈락하는 이변속에서도 울산은 별다른 위기없이 승승장구하며 K리그의 자존심을 지켰다. 한편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K리그에서는 무난히 스플릿 시스템 A그룹에 속했고 상위리그에서도 안정된 경기력과 순위를 유지했다.

 

울산은 AFC 챔피언스리그 12경기에서 102무를 기록하며 단 한 번의 패배 없이 정상까지 올랐다. 결승전에서는 가볍게 사우디의 알 아흘리를 3-0으로 완파하며 지난해 결승에서 좌절한 전북의 아쉬움을 만회했다. 울산의 ACL 우승은 창단 이래 최초이자, K리그는 최근 4시즌연속 결승에 올라 3차례나 우승팀을 배출하는 대기록으로 ACL의 절대강자임을 다시한번 입증했다.

 

김호곤 감독으로서도 ACL 우승은 40년 축구인생의 이정표가 될만한 대사건이다. 젊은 인재들만이 부각되고, 나이든 인물은 암암리하에 한물간 퇴물취급하는 사회분위기속에서 김호곤 감독의 성공은 우리 사회에 경륜있는 노장의 경쟁력과 가치를 입증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하다.

 

노장들의 경륜은 곧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단련된 경험이 그 밑바탕이 된다. 많은 이들은 과거의 경력이나 이미지만으로 단정하지만, 노장들은 그 경험을 곧 현재의 자양분으로 삼아 같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않을 가능성이 높다. 축구도 홍명보나 최용수같은 젊은 감독들의 소통과 패기가 중요한 만큼, 김호곤같은 노장의 존재가치도 존중받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출처 : 일생에 단 한번, 아주 특별한 순간
글쓴이 : 구사일생 원글보기
메모 :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