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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늘 위기설에 시달리는 한 선수의 멘탈

작 형 2011. 10. 19. 22:16

 

 

 언제부턴가 여기까지 걸어온, 아니 뛰어온 길을 다시 느린 화면으로 되짚어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제가 지나쳐온 그 길을 구석구석 들여다 보니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그 발견은 결승전의 골든골보다 더 값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결국 성공이라는 것은 나를 버려야 얻을 수 있다'는 지혜였습니다.

 

 

 

 

 

 나를 버린다는 건 승부의 부담감을 이겨내는 큰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팀의 일원으로 실수를 범했어도, 그래서 팀에 패배를 안겨주었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단단하고 파괴할 수 없는 팀 정신을 배웠습니다.

맨유에서는 이런것을 '위닝 멘털리티(winning mentality)'라고 부릅니다.

'져도 이긴다'는 역설의 정신입니다.

 

 

 

 

 

시련을 딛고 반전에 성공할 때마다 짜릿한 쾌감을 느낍니다.

모두들 평탄한 성공의 길을 꿈꾸지만 현실은 울퉁불퉁하며 희비가 엇갈립니다.

나 역시 그랬습니다.

비록 속도가 느리고 지그재그를 그어왔다고 해도 한발 한발 계단을 올라왔습니다.

힘든 고비를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정상이 보이는 중턱에 올라서 느끼는 상쾌함은  도전해 본사람만 누릴수 있는 특권입니다. 

      

 

 

 

 

난 이곳에서 유령으로 불립니다. 지독하게 훈련한다고 에브라가 붙여준 별명입니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최고의 선수들만 가득한 이곳. 그 틈에서 살아남으려면 뛰고 또 뛰어야 합니다.

 

내가 훈련할 때마다 잊지않는 원칙이 있습니다.

이기심을 버리고 항상 고립된 동료를 향해 뛰는것입니다.

압박을 뚫고 더 나은 기회를 만들려면 이기심을 버려야 한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천하의 루니,호날두라 할지라도 모든 압박을 뚫을 수는 없습니다.

압박에 고전할 때면 패스할 곳이 필요하죠.

그 탈출구를 만드는것이 내가 추구하는 팀플레이입니다.

 

 

 

 

 

휼륭한 지도자와 최상의 동료들, 최고의 팬들과 함께 우승의 짜릿함을 꾸준히 누리는 나는 분명 행운아입니다.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최고의 팀일지라도 행운의 여신이 함께하지 않는 한 우승은 한낱 꿈일뿐입니다.

빅클럽팀 감독들이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우승을 전망할 때마다 "어느정도 행운이 따라준다면"

이라는 단서를 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축구 선수들도 마찬가지여서 끊임없는 도전 속에 행운이 곁들여져야만 이루고 싶은 것을 손에 잡을수 있습니다.

 

하지만 행운과 우연은 전혀 다릅니다.

행운은 노력하는 자들을 위한 빈자리일 뿐 정당한 대가없이 찾아오는 우연과는 거리가 멉니다.

행운에는 우연에선 찾아볼수 없는 피와 땀, 열정과 헌신이 녹아있습니다.

 

 

 

 

 

(앞내용생략)

맨유에 입단했을때도 그랬습니다.

긱스,스콜스,판 니스텔로이,로이 킨 등과 유니폼을 입고 드레싱룸에서 처음 만났을때도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내가 가진 재능이 10이라면 다른 사람들은 50 이상을 갖고 뛴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나는 어릴 때부터 다른 이들의 장점들을 되새기며 나만의 장점을 만들고자 애를 썼고,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선배들은 물론이고 후배들에게도 배울 점이 있습니다.

내가 단지 맨유에서 뛴다고 최고이거나 완성된 선수라고 여긴다면 난 멈추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보다 나은 무언가를 배워 내 것으로 만들려는 습관은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밴 것입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려는 자세 때문에 이곳까지 올 수 있었다는걸 확신합니다. 

 

 

 

 

 

시련에 익숙해진 줄 알았습니다. 지독하다 못해 얄밉던 네덜란드 홈팬들의 야유도 견뎌냈습니다.

세 차례 수술도 꿋꿋이 이겨내고 일어설 때만 해도 다신 충격에 비틀거리지 않을 거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자만이었습니다. 2008년 5월 첼시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있던 날 아침

모스크바에서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습니다.

몽둥이로 얻어맞은 듯 앞이 캄캄했습니다.

 

시상식이 끝나고 동료들 목에는 반짝이는 우승 메달이 하나씩 걸렸습니다.

그러나 내것은 없었습니다. 다시 소외감이 밀려들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맨유에 남아 더 큰 미래를 그리자고 다짐했습니다.

'아시아 선수는 아직 안 된다.'는 편견을 깨고 당당히 붉은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는 이유를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더 큰 자신감으로 무장하자고 다짐하며 나 자신과 두 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다치지 말자. 그리고 반드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다시 도전해보자"

1년만에 난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2008~2009시즌 부상없이 40경기를 뛰며 네골을 뽑았습니다.

아스널과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는 선제결승골을 뽑아내며 결승 진출에 징검다리를 놓았습니다.

그리고 로마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당당히 섰습니다.

 

 

 

 

 

   

난 이곳에서 패배란 감출수록 커지고 악화되지만 일단 드러내고 인정하면 빨리 치유할수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실패의 원인을 망각해서는 결코 안됩니다.

하지만 머리와 가슴속에서 빨리 패배감을 벗어내는 것이야말로 진짜 승리라는 걸 가슴 깊이 받아들였습니다.

패배를 당한뒤 온몸 가득한 기분 나쁜 느낌을 빨리 버리는 것.

패배를 빨리 극복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정신력 회복력이야말로

발전의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힘이 아닐까 합니다.

 

 

 

 

 

 

동료들에 둘러싸인 속에서도 영표 형을 바라보았습니다.

승리를 굳히는 쐐기골을 만들어내고도 마냥 좋아할 수 없는 묘한 느낌이었습니다.

난 영표형 등 뒤로 걸어갔습니다. 프로 경기라는 특성상 우린 서로를 바라볼 수는 없었습니다.

내가 슬며시 오른손을 내밀자 영표 형은 자신의 오른손을 내 손에 포갰습니다.

내 오른손은 '미안해!형.' 이라고 말했고 영표 형이 내민 오른손에서는 '괜찮아.승부는 다 그런거야.'

라는 메시지가 전해졌습니다.

 

경기를 마친후 다시만난 영표형은 내 어깨를 두드리면서 "잘했다."고 격려했습니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우정마저도 잠시 버려야 합니다.

필드에서는 잠시 옛정과 우정을 내려놓고 으르렁거리는 적수로 만나야 하지만, 단 90분간입니다.

진정한 우정이란 적으로 만난 이후 서로를 더 이해하고 단단해지는 그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히딩크 감독은 정신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헌신을 꼽았습니다.

위기관리 능력과 근성보다도 헌신이 기본이 돼야 팀을 만드는 정신력이 만들어진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내가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05년 5월.2002 한일월드컵 당시 우리와 맞붙은 이탈리아 국가대표이자 AC밀란에서 뛰는

젠나로 가투소는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저에서 나와 맞붙은 후 내게

"헌신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얼마 안되는 선수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런말을 들을때마다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헌신은 배려의 다른 이름입니다. 팀에 헌신하고, 동료에 헌신하고, 신념에 헌신하는 것입니다.

결국 승리는 팀원들 가운데 누가 일관되게 헌신하고 끝까지 배려하는 거에 달려있다고 믿습니다.

 

 

 

 

 

 

물론 내 목표는 1인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1인자란 내가 만족할수있는 최고의 수준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혼자 돋보이는 축구를 하려는 게 결코 아닙니다.

난 열한 명속에서 승리를 얻어오는 데 쓸모있는 팀원이 되고 싶었고, 어우러지기를 원했습니다.

내게 가장 어울리는 역할은 누가 주목하지 않아도 팀과 나를 함께 상승시키는 힘을 보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축구팀에서 모두 1인자가 되려고 한다면 절대로 승리할 수 없습니다.

 

 

 

 

 

국가 대표팀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기 직전, 우리는 원으로 둘러 모여 어깨를 걸고 마지막 결의를 다집니다.

이 순간 주장인 내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궁금할 것 같습니다. 항상 같은 얘기입니다.

"너 자신을 위해 뛰어라!"

의아할 수도 있습니다.

하나로 뭉쳐야 승리를 거두는 축구에서 스스로를 위해 뛰라는 말은 어쩌면 이기적인 말처럼 들릴수 있으니까요.

"자신을 위해 뛰라."는 말은 자신이 가진 100퍼센트를 뿜어내자는 의미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지도자와 휼륭한 전술이 있다고 해도 결국 볼이 오는순간, 결정하고 판단하는 건 자신입니다.

발로 하는 축구도 우리들 인생과 같은 듯 싶습니다.

실수를 얼마나 줄이느냐, 자신을 얼마나 잘 컨트롤하느냐의 싸움이 아닐까 합니다.

실수만 줄일 수 있다면 우리가 원하는 경기를 펼치고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만족하는 순간 멈춘다는 겁니다. 현재 충분하다고 긴장을 풀어버리는 순간 끝입니다.

잘하고 있을때 더 마음을 굳게 다져야 합니다.

당장 화려하게 자신을 비추는 스포트라이트를 성공이란 목표에 도달한 것처럼 여기면 그때부터 추락이 시작될 겁니다.

 

 

 

 

남아공에서는 독일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입니다.

나뿐 아니라 대표팀의 모든 후배들도 부상에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부상 때문에 몸을 사리라는 얘기가 아니라, 다치지 않게 잘 살펴야 한다는 말입니다.

내 무릎에 난 일곱개의 구멍은 훈장입니다.

이 무릎으로 숱한 우여곡절을 넘어 짜릿한 골을 만들었고, 우승도 차지했습니다.

남아공에서는 4년전보다 훨씬 생생한 무릎의 힘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최선을 다해야 비로소 다음 기회가 온다는 걸 나는 믿습니다.

남아공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야, 그 이후에도 최고라야 대표팀 문은 열려 있을 것입니다.

선홍이 형처럼 마지막을 정해놓은 건 아니라고 해도 남아공월드컵을 맞이하는 내 각오는 2002년 형의 마음과 같습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결의입니다.

선홍이 형이 한국에 월드컵 첫 승을 알리는 결승골을 뽑아냈듯이,

나 역시 남아공에서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끌 수 있는 뭔가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내가 인정받기는 꽤 먼 길을 돌아야 했지만 후회 없는 여정이었습니다.

내가 다시 축구를 시작한다 해도 화려함보다 헌신을 택하고 싶습니다.

내게 헌신의 다른 이름은 어머니이고, 나는 어머니로부터 평생 갚아도 다 갚지 못할 휼륭한 유산을 물려받았습니다.

헌신의 몸짓, 그 끝에는 결국엔 승리가 있었습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꿈이 있듯이, 나에게 축구는 삶이자 일이며 또 꿈입니다.

그리고 운동장은 내가 사랑하는 축구가 펼쳐지는 광야입니다.

광야에서 만나는 어떤 팀도 쉬운 상대는 없습니다.

그러나 승부를 가르는 것은 나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두렵고 떨릴때도 있겠지만 스스로 준비가 돼 있다면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앞으로도 꿈을 가지고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박지성이기를 희망합니다.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 中 

 

 

 

 

 

 

한결같이, 시즌 시작과 함께 여기저기서 펑펑펑 터지는 위기설.

이젠 뭐 아무렇지도 않지만 몇몇글을 보고 짜증나서 박지성선수 자서전 좀 들춰보다가 써봅니다.

박지성 짱! 

 

 

 

첨부파일 Radiohead-No surprises.swf

 

 

출처 : I Love Soccer (축구동영상)
글쓴이 : 스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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