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0일과 23일에 네티즌 '하얀 늑대들'님께서 이 블로그의 방명록에 남겨주신 글^^ 잘 지내시는지 궁금함~~(항상 응원하고 있어요^^)
전반적인 내용은, 유소년 축구교육에 대한 '하얀 늑대들'님의 철학과, 우리나라의 유소년 축구교육의 현실, 생활체육에서의 스포츠맨십과 매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가장 기초적이고 본질적인 내용이죠?^^ 기본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축구교육의 현장에 계신 분의 철학과 애환을 이 글을 통해 느껴보세요^^~
글의 내용을 왜곡하지 않기 위해서 최소한의 수정만을 가했고요(오타, 띄어쓰기 정도만), 빨간 밑줄은 제가 친 것입니다. 언제나처럼, 글의 내용에 왜곡이나 오해가 생길 시, 전적으로 저(작 형)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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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20일 토요일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에서 조그만 축구 교실을 지도하고 있는 30대 중반의 청년입니다.
아이들을 가르친지 5주차가 되어가네요.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많은 면에서 어려움을 느끼게 되더군요. 교재로 쓸 자료도 부족하고 축구교실을 도와줄 친구도 필요하고 후원해주시는 곳도 작은 교회라서 재정형편이 어려워 지원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축구교실 수업이 끝나면 녀석들 배고파서 이것 저것 사달라고 하는데 맛난 걸 사주지 못해 마음이 별로 않좋습니다. 제가 일하는 분야도 경기에 민감하고 상대적으로 보수도 적어 항상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도 녀석들 중에 이탈자 없이 잘 따라오고 있어 기특하기도 하고 귀여워서 수업이 끝나면 슈퍼로 달려가곤 합니다.
제가 축구교실 부탁을 받고 결정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승락을 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첫째는 아이들이 좋고 둘째는 축구는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100% 순수 아마추어로서 어릴 때부터 축구를 떠나 있던 몇 년을 빼면 30년 가까이를 축구에 빠져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아이들과 다른 것은 그 당시에는 축구 중계도 거의 없었고 TV를 보고 배워서 하거나 누구의 지도를 받아 한게 아니고 그냥 몸이 먼저 반응한다고 해야 맞을 겁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중학교 형들과 축구를 해도 오히려 그들을 압도할 정도였습니다. 한 번은 형들과 편을 나눠 시합하는데 또래에 비해서 유난히 작았던 저는 형들에게는 경쟁 상대로 보이지 않았던 것 입니다. 상대 골문에서 골키퍼와 몇 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등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공이 저를 향해 정면으로 날아왔습니다. 공을 보는 순간 생각할 여유 조차 없었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갓 들어온 녀석이 어설픈 자세가 아닌 교과서적인 자세로 오버헤드킥을 한 것이었습니다. 아쉽게도 골 포스트를 맞고 튕겨 나가더군요. 잠시 정적이 흐르고 형들이 달려오더군요. 놀라기도 하고 제가 괜찮은지도 궁금했나 봅니다. 오버헤드킥 뿐만 아니라 축구에 쓰이는 대부분의 모든 플레이가 의식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반응하고 나면 다음부터는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혹시 너 잘났다 그렇게 잘 했던 녀석이 왜 축구 선수가 되지 않았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위에 말한 것을 믿고 안 믿고는 여러분 몫입니다. 또한 위에 말한 부분은 제 자랑을 할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분명히 타고난 천재는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게으른 천재도 있고 부지런한 둔재도 있고 진흙 깊이 묻혀있는 보석도 존재합니다.
제가 축구교실 지도를 부탁받고 선뜻 응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만약 제가 어렸을 때 누군가가 제 옆에서 지도를 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축구가 주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고 그동안 세상에 나와 좋은 일 한 번 못해봤다는 생각에 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예전에 우리 지도자들은 단지 아이들의 신체조건만 보고 너 농구해 너 배구해 이런 식이었습니다. 아이의 재능과 자질들을 발견해 낼 능력도 여유도 없었습니다. 사람마다 재능과 능력이 다릅니다. 모두가 공부 잘 하고 운동을 잘 하면 학교나 학원 그리고 스포츠가 더 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는 것이겠지요. 제 지론은 사람은 세상에 나오는 순간 재능 하나씩은 가지고 나온다는 것입니다. 다만, 재능을 발견하고 더욱 끌어올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고 일상에 치이며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옛말에도 "굼뱅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했습니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데 굼벵이만도 못할 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생각하는 부모의 역할은 아이의 재능을 찾아주고 아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면 족하다는 생각입니다. 능력도 안되는데 빚 내서 과외시키고 학원도 몇 개씩 보내고 내 아이가 뒤쳐지기라도 하면 혹독하게 채찍질하고 등골이 휘도록 아이를 위해 희생(?) 헌신(?)하는 가운데 시간이 흘러 머리가 새하얗게 희어지고 등이 굽었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들까요? 공수래 공수거 빈 손으로 왔다 빈 손으로 가는 게 인생이라지만 "과연 나의 삶은 무엇인가?" 하는 회의는 들지 않을까요?
별 얘기를 다 하게 되네요, 음하하. 아무튼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우리나라 축구 현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대형 서점을 가도 예전에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나왔던 책들이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더군요. 대부분 서점들이 크게 다를 바 없었습니다. 현대 축구는 과거의 축구와는 상상할 수도 없이 엄청나게 성장하고 발전을 이룩해 왔습니다. 말로는 유소년 축구의 활성화니 리그니 클럽이니를 떠들어 대면서 아이들이 볼 책 하나 변변한 게 없는 것이 우리나라 축구의 현 주소입니다. 나중에는 내가 직접 책을 써보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생활에 치여 축구를 떠나 있던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밤낮없이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30년 가까이 해왔던 플레이를 다시 점검하고 보완해서 정확한 정보만을 전달할려고 그때 그때 다이어리에 기록 중에 있습니다.
거창하게 축구교본 같은 것을 말하는게 아닙니다. 내가 해왔던 플레이나 노하우 등을 정리하고 필요하면 인터넷의 지원을 받아 적용해봐서 아이들에게 적용 가능하면 삽입하기도 하고 해서 작은 소책자 형태로 부담없이 볼 수 있게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만약 나중에 혹시라도 책을 낸다면 "거시기의 축구교실" 정도겠죠. 그리 유명한 인사도 아니고 거창하게 이름까지 내걸고 할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이름을 대신할 수 있는 "거시기" 정도면 족하겠죠.
개인적으로는 가을에 축구 지도자 시험을 준비 중입니다. 축구지도자로 올인할 수만 있으면 좋을텐데 우리나라에서는 축구 코치, 감독에 대한 처우가 많이 열약합니다. 대부분 축구지도자들이 부업이나 기타 다른 걸 병행하면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에서는 축구지도자에 대한 처우 개선을 생각하고 있다지만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박봉이면 좀 덜 쓰고, 넉넉하면 넉넉한 대로 아이들에게 돌려주면 그만이겠지요.
제가 운동을 하고 있는 초등학교에도 축구부가 있습니다. 직업의 특성상 바쁠 땐 정신없이 바쁘지만 한가할 땐 무척이나 한가해 오후 늦게 나가거나 공사가 끝나고 다음 공사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빌 때가 있습니다. 그런 때를 이용해서 축구부 아이들 운동하는 모습을 여러 번 봤습니다. 그런데 축구공 하나 던져 주고 아이들끼리 놀게 하더군요. 예전에는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대부분 선수 출신 아니면 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지도능력이 뛰어나도 말이죠. 철저한 인맥 구조에 따라 연줄이 없는 사람은 발 붙일 곳이 없었습니다(지금도 크게 틀리지 않지만 조금은 나아진 것 같습니다). 유소년 축구의 특성상 놀이로 시작해서 조금씩 기본기를 끌어올린다 생각하였지만 몇 번을 봐도 놀이로 그치는 것 같았습니다.
축구교실을 하면서 한 번은 욕심 나는 녀석을 하나 발견했는데 녀석과 하루뿐이었지만 몇 시간 정도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이야기도 하고 후원하는 곳(운동장에서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교회)에 데려가 밥도 같이 먹고 녀석에게 축구에서 쓰이는 슈팅 킥에 대해서 가르쳐 주기도 하였습니다. 나중에 녀석에게 물어 봤습니다. 첫 눈에 보기에도 녀석의 실력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혹시 축구선수 활동하지 않았니?" 하고 물어보니까 예상대로 부천인가 에서 축구선수로 뛰다가 이곳으로 이사왔는데 어머니가 반대해서 축구부 활동을 못하고 있다더군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 곳 축구부는 실력이 너무 낮다는 것 입니다. 부천에서 정식 축구 선수로 뛸 때도 포워드를 보고 그 쪽에서도 실력을 인정받던 녀석인데 오죽했을까요. 그래서 "나중에 너 혹시 내게 축구 배워보지 않을래?"하고 물어봤더니 녀석이 쾌히 승락하더군요. 그래서 일단 연락처를 받고 녀석의 부모님께 전화드려 허락을 받아내겠다고 하고 헤어졌습니다.
얼마 뒤 녀석의 어머님께 전화드리고 축구 교실의 취지를 설명드리고 제가 한 번 지도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천천히 생각해 보시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나중에 꽤 오랜 시간이 흘러 녀석을 운동장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랬던 녀석이 피하더군요. 그래서 무슨 문제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부담을 가지지 않는 선에서 녀석에게 물어봤습니다. 제게 축구를 배우고는 싶은데 어머니가 축구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거였습니다. 얘기를 더 들어보니 후원해주시는 교회가 문제였던 것이었습니다. 후원해 주시는 곳이 교회이기 때문이고, 처음 제의을 받은 것도 교회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축구 교실을 수락하면서 한 가지 단서를 건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축구 교실을 전도 목적 또는 선교 목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그런 느낌이 들거나 목격하게 되면 그날부로 축구교실에서 손 떼겠다고 했고 교회측에서도 이를 지켜주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원인은 녀석의 어머님이 교회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하는 분이었나 봅니다. 그런 분이시니 교회에서 축구 교실을 한다하니까 가뜩이나 공부 않고 축구를 해서 탐탁치 않았는데 기회다 싶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나중에 더 얘기 들어보니까 홍명보 축구교실에 나간다 하더군요... 허허.
제가 운영하는 축구교실이 추구하는 것은 "축구는 즐거워야 한다"는 명제로 시작합니다. 축구가 즐겁고 공과 노는 시간이 즐거우면 족합니다. 제가 지향하는 축구에는 어떠한 조건도 필요없습니다. 제가 녀석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운동장에 나오면 하나라도 배워갔으면 하는 것과, 녀석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녀석들에게는 수많은 길이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축구를 취미로 하던지 직업으로 하던지 제게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나중에 녀석들이 커서 기초를 잡아줬던 아무개님이 아주 형편없는 사람은 아니었구나 정도로 생각하면 족하다는 생각입니다.
교육비는 물론 무료이고 부득이하게 교육 대상은 초등학교 4학년 이상~ 중학교 2학년으로 제한을 뒀습니다. 4학년 이하는 의사소통이 어렵고 축구교실이 놀이로 그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절대로 무료라고 허투로 가르치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과거 유명한 축구선수들이 하는 1년에 한 두번 찾아올까 말까한 유명 축구교실에 비해서 절대 떨어지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녀석들을 지도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녀석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녀석들을 축구선수로 키우고 싶다는 욕심도 없습니다. 다만 어디에 가도 부끄럽지 않을 실력은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위에도 말했지만 녀석들이 커서 어릴 때 축구의 기초를 닦아준 사람이 아주 형편없는 사람은 아녔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기 위해 퇴근하면 바로 운동장으로 달려와 보통 11시 전후까지 개인 연습을 하고 여유가 있으면 새벽 2시 정도까지 차기도 하고 있습니다. 맘 같아서는 밤새도록 차도 지겹거나 힘들 것 같지 않습니다. 운동장을 떠나올 때면 항상 아쉽다는 생각에 뒤를 돌아보곤 합니다. 이상하게 몇 년 전부터 잠이 없어져 부족하게 자면 2시간 정도 눈을 붙히고 최대로 자도 4시간 정도만 자도 피곤을 느끼지 않게 되었습니다. 다행이 아직까지 몸에 이상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걸 보면 큰 무리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본격적으로 트레이닝을 시작하고 한 달 동안 15kg을 감량햇습니다. 다시 예전 몸으로 돌려놓는데 한 달이 걸리더군요. 음주가무에 빠져 산 세월을 생각하면 너무나 어이없을 정도로 살이 쉽게 빠지더군요. 배가 남산만 할 때는 누워 책 볼 때 넉넉한 뱃살이 받쳐줘 참 편했는데... 후후. 나중에는 쭉쭉 빠져 나가서 아쉽다는 생각도 들고 허전하기도 하더군요.
아무튼 녀석들을 지도하면서 그 이상의 것들을 배워 오는 것 같습니다. 녀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비록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지만 나는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 합니다.
다른 것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작님의 블로그를 찾게 되었고 님 블로그 곳곳에서 작님의 정성과 땀방울 그리고 노력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흔적이나 남기고 갈까 하다가 글이 무척이나 길어졌습니다. 아마도 님에게서 나와 비슷한 류의 사람이라는 느낌과 동질감 비슷한 걸 느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작님 또한 축구에 미쳐 산다는 동질감 비슷한 걸 느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초면에 두서없이 장황하게 떠들다 가게 되네요... 후후후.
인연이란 참 묘합니다. 찾고 있을 땐 보이지 않다가도 포기하거나 기대하지 않던 순간에 나타나니 말입니다. 남자끼리 인연이니 뭐니 사귀자는 뜻으로 해석하면 골치 아파집니다. 너무 이곳에서 오래 머물러 있어 할 일을 못하고 있네요. 다음을 기약하며 오늘은 이만 가볼까 합니다. 시간 나면 놀러와서 글들도 보고 자료들도 빌려가고 하겠습니다. 그래도 되겠죠? 항상 건강하시고 멋진 삶 이어가시길 빕니다. 그럼 이만 안녕히~~
"축구는 인류가 발견한 가장 위대한 스포프이다. 또한 축구는 신의 사랑을 받는, 신 또한 사랑하는 스포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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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23일 화요일
엄청 오래 잔 것 같아서 눈을 뜨니 2시간도 채 못 잤나 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제 일을 마치고 동대문을 다녀왔었습니다. 제가 운동을 너무 오랫동안 쉬어서 그리고 고장난 양쪽 발목 때문에 살짝... 아니 엄청 겁을 먹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제 나이도 생각해야 하고 부상을 당하게 되면 일에 막대한 지장을 주기 때문에 안 다치고 즐겁게 공을 차는데 만전을 다하고 있습니다. 개인연습할 때는 물론이고 게임을 뛸 때도 항상 골키퍼복 바지(뽕이 들어가 있어서 심하게 구르지 않으면 잘 안 다침)를 입고 운동하고 있습니다. 팔꿈치 보호대도 가끔 착용하고 말입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간다는 슬픈 현실...
그렇게 조심했어도 저번주 경기에서 센타포워드를 보다 수비가담을 위해 우리진영 3선까지 내려와서 상대 윙의 공을 가로채고 돌파하는 순간 그분의 팔꿈치에 밀려 앞으로 떼굴떼굴 낙법이고 뭐고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양 팔꿈치 다 벗겨졌습니다. 그분이 레프트 윙인데 현재 운동하는 조기팀에서 매너 좋은 몇 안 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아무튼 그렇게 껴입어도 가벼운 부상은 피할 수 없더군요. 그분도 놀래서 괜찮냐고 내가 그분이 뜬 볼을 잡는 순간 가로채기를 하여 달려나가려고 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에 미처 못 봤다고 엄청 미안해 하더군요. 어쨌든 반칙은 반칙 아니겠어요? 하하~ 아무튼 저는 그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너무 미안해하셔서 그냥 살짝 미소 짓고 도망쳤습니다. 허허허.
그런데 나중에 정말 기분이 나쁜 일이... 볼을 향해 상대 선수와 내가 달려가던 도중 거리가 너무 가까워 충돌을 염려해 멈추다가 서로 가벼운 접촉이 있었는데 디딤발을 찼다면서 화를 내더군요... 나 이건 참 황당해서 차긴 누가 차 서로 가까워서 스톱 중에... 오히려 정확하게는 그분 발이 제 다리 안쪽에 끼인 건데.
고자질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하네요. 제가 얘기하려는 것은 스포츠맨십, 매너입니다.
정말 서울 와서 축구를 하면서 마음 고생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제가 작년에 CBS 축구대회에 골키퍼로 나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첫 게임을 국내에서 가장 큰 교회 조 머시기분이 계신 곳 말입니다. 아무튼 그 팀 선수들은 실업팀 선수들이 은퇴해 십 년 이상 꾸준이 발을 맞춰온 팀이었고, 우리팀은 처녀 출전하는 조그만 동네 교회팀이었습니다. 경기 결과부터 말하면 2 대 1인가 3 대 2인가 그랬습니다. 일대일도 몇 번 막아내고 프리킥에서 우리편 선수 맞던가해서 골문 바로 앞에서 역회전 걸린... 저 또한 역동작이 걸려 다이빙을 했으나 손가락 끝을 살짝 스치며 들어가더군요. (강약약 중간 생략 너무 길어져서 생략합니다)
두번째 게임부터는 모든 게임을 승리해서 동부지역 준우승을 하게 되었고 저는 교회 아줌마들에게 "이훈재"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참 참고로 CBS 축구대회는 서울지역의 경우 동서남북 4개 권역으로 나누고 서울 지역 각 권역별로 우승 준우승 2팀이 올라가 경기지역 우승 준우승과 맞붙게 되어 있습니다. 지방은 지방 자체적으로 예선을 통해 올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모두 다 조 머시기 하는 분이 계신 곳이 우승하리라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막상 그들과 게임을 해보니 기본기는 잘 되어 있는데 월등하게 잘 찬다는 느낌은 들지 않더군요. 어, 순수 아마추어 선수들 중에 볼 좀 찬다는 사람들로 팀을 짜 몇 달 발을 맞추면 충분히 승산이 점쳐지더군요. 그 외에는 전년도인가 전전년도인가 우승팀, 제주도 팀 두 팀이 강력한 우승 후보였는데 마지막 전국대회 출전을 앞두고 한 경기가 남았었는데.. 제주도 팀 경과는 못 봤지만 나중에 경기에 막상 들어가보니까 실력차이가 엄청나게 나더군요. 다크호스 정도가 아닌 조 머시기 목사가 있는 교회보다도 한 두 단계 이상 실력차가 날 정도로 실력들이 대단했습니다. 전 선수가 공격수부터 수비수까지 빈틈이 없더군요. 보통, 교회 축구팀보다 조기축구팀이 좀 더 낫고, 조기팀보다 제대로 트레이닝 하는 축구클럽팀이 조금 수준이 높은데 이팀 선수들은 당장 내놔도 아마추어 리그(K3) 선수로 뛰어도 손색이 없었을 것 같았습니다.
CBS 대회에서는 본인확인에 대한 검사가 비교적 허술하니... 조기축구 대회에서도 용병을 사와서 시합에 내보내고 하는 것을 종종 봤지만...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CBS 전국 크리스천 축구대회에서조차 용병을 고용한다니 정말 기가막힌 현실입니다. 때론 경기에 질 수도 이길 수도 있습니다. 운동장에 나오면 누구나 평등합니다. 볼을 잘 차는 사람들이나 못 차는 사람이나 즐겁게 볼을 차고 서로 정을 나누는... 스포츠맨십 속에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 두 시간 더 잘까 하다 한번 눈 뜨면 잠을 못자는 관계로 알콜이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음하하. 아침 운동 가기 전까지 좀 더 놀다 가야겠네요. 작형의 정성스런 글이나 동영상에 대한 고마움 정도로 생각하셔도 괜찮을 것 같네요.)
각설하고 이어서 말하면 그 팀이 용병 선수로 팀을 짜서 나왔는지 아닌지는 그들만이 알겠죠? 후후. 아무튼 게임 자체가 안 될 정도였습니다. 성인팀과 초등학교나 중등부 게임 같았습니다. 제가 포지션이 골키퍼였던 관계로 그들과 일대일도 무수히 많았고 볼을 찰 줄 아는 사람들이라 골키퍼가 나오기 꺼려하는 위치(페널티 에어리어 바깥 3~5 미터 근방)에 교묘하게 볼을 떨어트리더군요.
첫 골은 하프라인 15미터 전방에서 슈팅을 했는데 다이빙하면 막았을 수도 있었는데 그날 따라 왠지 몸을 날리기 싫기도 하고 워낙 잘 차긴 했지만 밖으로 나갈것 같기도 해서 그냥 흘려 버렸는데 골이 되더군요... 하하하. 두 번째 골은 사이드에서 치고 오면서 슈팅을 하는데 워낙 강력하기도 하고 왼쪽 골포스트 상단 쪽으로 너무나 강력하게 와서 어떻게 반응하고 할 틈도 없었습니다.
세번째 골을 먹고는 그만 경기고 뭐고 글러브를 집어 던지고 뛰쳐 나오고 싶었습니다. 두 놈이 (이제부터는 놈입니다. 이해해주시길...) 아무튼 두 녀석이 나와 골문에서 2대1 상황이 되었는데 완전 가지고 놀더군요. 볼을 빼앗기위해 한 놈에게 달려가면 그 놈은 다른 놈에게 볼을 패스하고 다시 다른 녀석에게 달려가면 그 녀석은 다시 처음 놈에게 패스하고 이렇게 몇 번을 하면서 완전히 사람을 바보 만들더군요. 차라리 골을 넣지 사람을 희롱하는 것이었습니다. 맘 같아서는 아예 골 넣으라고 한쪽으로 비켜주거나 아니면 골라인 밖으로 나갈까 생각까지 들더군요. 아무리 볼을 잘 차도 저도 전성기때는 그 이상 찼다고 자부할 정도로 볼을 찼던 사람이지만 그 따위로 플레이를 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경기결과는 5 대 0... 예전 우리나라 축구가 생각나더군요. 유럽팀을 만나면 5대 0으로 깨지던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아무튼 상대 선수와 일대일 상황이 무수히 많았습니다. 만약 그게 모두 뚫렸다면 15 대 0 또는 20 대 0 승부가 되었을 것입니다. 경기 초반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하프게임처럼 우리 진영에서만 볼이 왔다 갔다 했으니 말입니다.
경기 후반 역시나 일대일 상황에서 그 친구들이 제 왼쪽 돌파를 시도하였는데 내 앞을 2미터 정도 돌파했을 순간 다이빙을 해서 볼을 빼앗는데는 성공했는데, 우째 이런 일이... 팔꿈치가 갈비뼈 부분에 눌리면서 슬라이딩에 따라 팔꿈치가 비틀렸습니다. 상대 공격수가 바로 옆에 있으니 볼을 골라인으로 굴려버리고 잔디 위를 데굴데굴 굴러야 할 정도로 지독하게 아프더군요. 웬만한 상처쯤은 운동장 모래로 닦아내고 수돗가에 가서 씻어내고 다시 차곤 할 정도로, 볼을 차면 소나기가 오던지 태풍이 불던지 볼이 진행이 안되는 상황만 아니라면 맨발 벗고도 찼을 정도로 약하게 컸다고 생각진 않는데 말입니다.
다행히 어찌어찌해서 경기를 끝내긴 했는데 기분이 정말 더러웠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몇몇 분은 정말 고생 많았다고 했지만 기분은 좀처럼 풀어지지 않고 비틀린 팔의 통증만 지독하게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내가 그리 심하게 다쳤다고 생각하지 않았는지 누구 하나 병원 가보자는 말도 없어 약간 섭섭했지만 표시는 내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잠을 자다가 팔이 너무 아파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혼자 병원을 수소문해 그 새벽에 응급실로 달려가 팔에 깁스를 해야 했습니다. 그 뒤로도 누구하나 전화해서 팔은 괜찮은지 물어보는 사람 하나 없더군요. 그 일을 계기로 다시는 운동을 안할 결심으로 축구를 떠났다가 축구 없이는 못 사는 그런 류의 인간이라 다시 볼을 들게 되었습니다.
서울 참 무서운 동네인 것 같습니다. 자신들도 운동하면서 지금 이시간에 운동장에 나가 스트레칭을 하고 런닝 가볍게 해주고 볼을 찰려고 하면 건강을 위해서든 다이어트를 위해서든 꼭두새벽에 나와서 운동을 하면서 단지 공을 찬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보이고 심지어는 공 차지 말라고 따지는 사람도 있고... 감히 우리 동네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벌어지는데요. 스트레칭할 때는 볼을 만지지 않는데 한 마디 말도 없이 마치 자기볼로 생각하는지 볼을 가져가서 신나게 놀다 집에 갈 때면 집 가까운 골문쪽에 그대로 놓고 가는 사람도 종종 있습니다. 트랙을 걷다 실축한 볼이 굴러가거나 자기 옆에 있으면 젊은 것들이나 늙은 것들이나 나한테 차주는 게 아니고 그냥 가던 방향대로 뻥 차버리고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면서 가기도 합니다.
일일이 다 말하면 두 달 동안 트레이닝에 들어가면서 두 달여 동안 정말 웃지 못할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정말 황당하고 기가막힌 일을 너무나 많이 겪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 사람이 지나가면 볼을 멈춰주는데 그 따위 노골적인 불만을 호소하는 인간들이나... 너무나 이기적이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고는 눈 씻고 찾아 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더군요. 운동장에서 자전거나 인라인 타는 사람들 하다못해 개를 데려와 노는 것까지도 이해하겠습니다. 골문 뒤쪽으로 몇 발자국만 더 걸으면 서로 신경도 덜 쓰이고 안전한데 꼭 공차는 앞으로 지나갑니다. 거의 100명 중에 80명 90명이 그렇게 안쪽으로 돌고 있습니다. 한번은 운동이 끝나고 동료가 찾아와 맥주 좀 걸치고 그분 보내고 다시 공을 차다 골문 옆에서 서서 너무 답답해서 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좀 돌아주세요"를 외치면서 골문 바깥으로 유도했지만 누구하나 따라주지 않더군요. 나중에는 너무 화가 나서 골문쪽으로 지나오는 인간들 근처에서 걸어오는 앞쪽으로 볼을 강하게 차서 위협을 줬더니 대부분이 내 뒤로 돌거나 골문 밖으로 돌더군요. 그러나 정말 똥 고집 인간들은 차던지 말던지 끝까지 지나갑니다.
요즘 운동하러 가면 아주 그들과의 전쟁 아닌 전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중에 한 인간은 예전에 제목은 생각나지 않는데... 한석규가 경찰로 나와서 이문식을 엄청 때리던 내용인데 그 영화에 나왔던 성악가이며 대학교수 인간처럼 생겼습니다. 옷 스타일부터 해서 전체적인 인상까지도 너무나 흡사합니다. 영화에서 자기 제자를 한적한 곳으로 불러내 덮칠려다가 동네 불량배들에게 당해 엄청 얻어터지던... 요즘 티비에도 자주 나오더군요. 딱 그 사람 입니다. 운동장을 옮겨야 할지 그냥 계속해야 할지...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아이고 두야~
역시나 서울 참 무서운 동네 입니다. 당최 사람 살 데가 못 돼~~ 아! 시골 가고 싶다.
벌써 5시가 되어 갑니다. 이제 운동하러 가야겠네요. 답답해서 누구에게 이런 얘기하기도 뭐해서 넋두리 하듯이 푸념만 늘어 놓았네요. 이해하실거죠? 후후. 그럼 이만 줄일게요. 오늘도 힘찬 하루 멋진 하루 보내세요~~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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